군 생활이 내게 남긴 것들, 기준이 생긴다는 것의 의미

군 생활을 끝낸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 안에서 배운 것들은 여전히 제 삶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자리 잡은 건 ‘기준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기준이 없던 삶에서, 기준이 만들어진 삶으로 입대 전의 저는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무언가를 한다기보다는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 일이 많았죠. 하지만 군 복무 중 하루하루 정해진 루틴을 따라 살고, 작업 전 점검, 보고, 정리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어떤 일이든 ‘이건 먼저 확인해야 해’, ‘지금은 멈추고 다시 봐야 해’ 같은 나만의 기준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작은 습관이 기준을 만든다 포반에서 훈련을 하다 보면 작은 실수 하나가 전체 흐름에 영향을 주곤 했습니다. 그 실수를 줄이기 위해 저는 사전에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작업이 끝난 후 항상 두 번씩 점검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 습관은 전역 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할 일을 정리하고 업무 중에도 반복적으로 검토하는 루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정한 기준으로 움직이는 힘이었습니다. 기준이 있다는 건 곧 자신감이다 예전에는 일이 꼬였을 때 왜 그런지 알 수 없어 불안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 실수가 생겨도 ‘내가 어느 지점에서 기준을 놓쳤는지’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기준이 생긴다는 건 내가 무조건 잘한다는 게 아니라, 실수를 복기하고 회복할 수 있는 구조가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그건 결국 일에 대한 자신감을 만들어주고, 조직 안에서도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군대는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저는 군 생활을 ‘기억’으로만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그 안에서 얻은 루틴과 기준을 지금도 활용하고 있고, 그 덕분에 어떤 일을 하든 중심을 잃지 않고 버틸 수 있습니다. 군대는 저에게 있어서 단지 과거의 경...

혼자보다 함께였기에 버틸 수 있었다, 군대에서 배운 협업의 기술

군 복무 중 가장 크게 느낀 건 ‘어떤 상황에서도 혼자서는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포반 생활은 철저히 협업을 전제로 움직이는 구조였기 때문에 혼자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처음엔 경쟁, 나중엔 협동 처음 입대한 뒤엔 누가 더 빨리 움직이느냐, 누가 더 눈치 빠르냐가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서로 돋보이려 하고, 실수를 덜 하려 애쓰는 모습들이 경쟁처럼 느껴졌던 시기도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짜 중요한 건 전체 흐름을 살리는 조율 능력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누군가가 늦으면 모두가 지적을 받고, 한 명이 실수하면 조 전체가 다시 반복 훈련을 받아야 했으니까요. 협업의 기본은 배려였다 155mm 견인포를 다룰 땐 역할이 명확히 나뉘어 있지만, 결국 모든 과정은 연결되어 움직였습니다. 장비 하나를 들 때도 누군가의 동선이 늦어지면 전체 움직임이 어긋나는 구조였기 때문에 서로의 움직임을 ‘기다려주는 힘’이 필요했습니다. 이 기다림과 배려는 말로 강요된 게 아니라 몸으로 익힌 감각이었습니다. 눈빛이나 발걸음, 장비 소리만으로도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조율하는 협업이 가능해졌습니다. 갈등보다 더 중요한 건 존중 군대 안에서도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생활 습관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말투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협업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는 꼭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작업 중 의견이 엇갈렸을 때 자기 주장을 세우기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먼저 기준 삼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전역 후, 협업은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되다 전역 후 직장이나 모임에서 협업할 때 저는 군대에서 배운 태도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속도를 맞춰가고, 역할을 분명히 나누되 책임은 공유하는 방식. 특히 말하지 않아도 파악하려는 노력, 그건 군 생활 중 자연스럽게 체득된 능력이...

군대에서 배운 매뉴얼의 힘, 반복이 만든 안정감

군 생활에서 가장 먼저 적응해야 했던 건 ‘매뉴얼’이었습니다. 정해진 절차, 정해진 용어, 정해진 동작. 모든 것이 이미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규칙 속에서 정확히 수행되어야 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정해져 있어야 할까? 처음엔 의문이 들었습니다. ‘청소하는 순서까지 왜 정해져 있을까?’ ‘도구를 정리할 때 이 각도로 둬야 하는 이유는 뭘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매뉴얼이 실수를 줄이고, 예측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특히 포반에서 장비를 다룰 때,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행동이 매뉴얼에 따라 움직여야 했습니다. 반복이 만든 무의식의 안정감 매일 같은 시간에 점호, 같은 방식의 정비, 같은 절차의 보고. 이런 반복이 처음엔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점점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손이 먼저 도구를 찾고, 작업을 마친 뒤에는 자동으로 점검 순서를 떠올리게 되었죠. 이런 반복된 루틴은 위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게 해줬고, 무의식의 행동 속에 안정감을 심어주었습니다. 매뉴얼이 나를 책임지는 기준이 되다 포반 생활 중 사고 예방을 위한 점검 리스트를 꼼꼼히 따르던 날, 선임이 말했습니다. “나중에 너도 후임 가르치게 되면 이 기준이 너를 지켜줄 거야.” 그때 느꼈습니다. 매뉴얼은 나를 얽매는 규칙이 아니라, 내가 실수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준이라는 걸. 이 기준 덕분에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줄일 수 있었고, 나를 신뢰해주는 분위기도 만들어졌습니다. 전역 후, 매뉴얼은 내 루틴이 되었다 전역 후에도 저는 일상의 매뉴얼을 만드는 습관이 남아 있습니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 오늘 처리할 일 세 가지를 적고 각 단계별 순서를 정해두는 일. 서류를 보낼 때 점검 항목을 만들어두는 일. 이런 사소한 루틴은 실수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정한 기준으로 움직인다는 자신감을...

타이밍은 감각이다, 군대에서 배운 예측력의 힘

군 생활은 단순히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진짜 중요한 건 ‘타이밍을 읽는 감각’이었습니다. 저는 포반에서 복무하면서 단순한 반복이 아닌, 상황의 흐름을 예측하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작업 순서보다 중요한 ‘작업 타이밍’ 포반의 일과는 매우 반복적이지만, 그 안에서 매일 조금씩 다른 변수들이 생깁니다. 기상 후 점호 시간이 평소보다 2분 늦어진 날에는 장비 점검 시작도 밀리고, 점심시간도 바뀌게 됩니다. 저는 이런 패턴을 매일 유심히 관찰하면서 ‘오늘은 어느 쪽 작업이 먼저일 것 같다’, ‘지금쯤이면 분대장이 동선을 바꿀 때다’라는 식의 예측을 습관처럼 하게 되었고, 그 결과 항상 한발 먼저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사소한 예측이 만든 신뢰 어느 날은 상급자의 지시 없이 전선 정리를 미리 끝내둔 적이 있었습니다. 그 날, 실제로 예정보다 빠르게 이동 명령이 떨어졌고, 준비가 되어 있던 저희 조는 바로 이동할 수 있었죠. 그때 들었던 한마디. “쟤네는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믿고 맡겨.” 그 말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예측력에서 비롯된 신뢰가 실전에서도 유효하다는 걸 증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예측은 훈련된 관찰력에서 시작된다 타이밍 감각은 본능이 아닙니다. 반복되는 훈련 속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서 생겨납니다. 군 생활 동안 저는 ‘왜 저 타이밍에 저 말이 나왔을까?’ ‘평소와 다르게 그 사람이 저기로 움직인 이유는 뭘까?’ 이런 생각을 하며 일과를 관찰했고, 그게 곧 예측하고 준비하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사회에서도 이어지는 타이밍의 중요성 전역 후에도 저는 이 감각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투, 프로젝트의 진행 흐름, 팀 내 피드백 속도 등 여러 가지 힌트를 조합해 적절한 타이밍에 행동하는 습관이 남아 있죠. 어떤 업무는 미리 준비하는 게 아닌, ...

침착함은 훈련으로 만들어진다, 위기 상황에서 배운 태도

군 생활은 계획된 루틴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안에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숨어 있습니다. 저는 그 순간들을 통해 ‘침착함’이라는 태도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예고 없는 상황에서 드러나는 본능 155mm 견인포 포반에서 근무하던 당시, 장비 점검 중 갑자기 포신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크게 흔들린 건 아니었지만, 그 순간 한 명이라도 움직였다면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그때 저를 포함한 포반원들은 누구 하나 소리치지 않았습니다. 각자 맡은 위치에서 정지한 상태로, 정확한 순서에 따라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모두가 훈련된 대로 침착하게 움직였기에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상황도 즉시 통제되었습니다. ‘침착함’은 반복 훈련의 결과였다 그 경험은 저에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저는 위기 상황에서 당황하거나, 목소리부터 높아지는 스타일이었거든요. 하지만 군 복무 중 반복된 훈련, 특히 예외 상황을 가정한 반복 점검과 숙달 과정은 위기 상황에서도 몸이 먼저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훈련소에서부터 강조됐던 "정지 후 판단, 판단 후 행동"은 머릿속이 아닌 몸으로 새겨졌던 것입니다. 사고 직후의 말 한마디 그 사고가 마무리된 후, 분대장이 말했습니다. “다들 훈련처럼 움직여줘서 고맙다.” 그 짧은 한마디가 오히려 그날의 긴장보다 더 오래 남았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단순히 상황을 피했다는 게 아니라 조직 내에서 믿음을 만든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역 후, 삶의 작은 위기에서 드러나는 훈련된 반응 전역한 뒤에도 저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할 때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먼저 상황을 관찰하는 습관이 남아 있습니다. 일이 꼬였을 때, 갑작스러운 실수가 생겼을 때 저는 먼저 ‘정지’하...

작은 실수 하나가 부대 전체에 미치는 영향, 책임감의 무게

군 생활 중 가장 두려웠던 것은 ‘혼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내가 실수한 일로 인해 동료들이 함께 피해를 입는 상황이 가장 무거운 일이었습니다. 155mm 견인포 포반으로 생활하면서 저는 단 한 번의 작은 실수가 부대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똑똑히 배웠습니다. 작은 실수가 만들어내는 연쇄 반응 군대에서는 모든 일이 정해진 시간표와 절차에 따라 움직입니다. 특히 포반은 중장비를 다루는 팀이기 때문에 한 번의 준비 지연은 전체 훈련 계획을 뒤흔듭니다. 한 번은 제가 장비 확인 중, 도구함에서 한 개의 렌치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해당 장비가 훈련 중간에 필요했는데, 그 렌치 하나가 없다는 사실을 훈련 당일 오전에야 확인했고, 결국 장비 세팅이 지연되었습니다. 그 지연은 사격훈련 일정 전체를 밀어버렸고, 전 부대는 일정 재조정과 이동 경로 변경 등으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내 일’이 아닌, ‘우리 일’이라는 감각 그때 깨달은 건, 군 생활에서는 개개인의 실수가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가 맡은 한 조각이 어그러지면, 그 위에 쌓이는 모든 과정이 무너질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로 저는 단순히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조직이 움직이고 있다”는 마음으로 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를 점검할 때도 두 번 확인하고, 동료에게 공유하며 사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체크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사소해 보여도,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 군 생활에서는 아주 사소한 일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작은 먼지 하나, 헬멧끈이 덜 조여진 것, 각도계 위치 오차… 이런 것들이 모두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포반 생활을 하며 저는 ‘작은 것일수록 더 정확해야 한다’는 감각을 체득했고, 이 습관은 전역 후 사회생활에서도 큰 무기가 되었습니다. 조직은 사소한 실수를 감지하는 힘으로 운영된다 ...

병영 생활에서 배운 인간관계 정리법, 지금도 유효하다

군 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느낀 건 ‘마음대로 맺고 끊을 수 없는 인간관계 속에서 어떻게 나를 지킬 것인가’였습니다. 친해지고 싶지 않아도 매일 같이 보고, 갈등이 생겨도 피해갈 수 없었던 그 환경 속에서 저는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공간에서 배우는 거리감 군대는 폐쇄된 공간입니다. 같은 생활관, 같은 작업장, 같은 시간표. 이 속에서 누군가와 갈등이 생기더라도 대화 없이 피하거나 무시하며 버티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환경 속에서 저는 "모두와 잘 지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생존 원칙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감정적으로 부딪히더라도 기본적인 존중만 유지하면 불필요한 충돌을 줄일 수 있었고, 그건 제게도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관계를 정리하는 기준이 생기다 군 복무 초반에는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결국 아무에게도 진심을 주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관계를 정리하는 기준을 스스로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말이 통하고, 상호 존중이 가능한 사람과는 깊이 있는 대화를 시도하고, 계속해서 나를 소진시키는 관계는 선 긋기를 명확히 하며 거리를 유지했습니다. 단절이 아닌 '건강한 분리'를 배움 군 생활 속 인간관계는 단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완전히 끊기보다는 ‘심리적 거리 두기’를 통해 스스로를 지켜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갈등이 있었던 선임과의 관계에서도 업무적으로는 필요한 의사소통을 유지하되, 개인적인 감정을 공유하거나 불필요한 대화를 피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안전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이 경험은 사회생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모든 사람과 가까울 필요는 없고, 불편한 관계는 ‘차단’이 아니라 ‘조율’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법을 배운 것입니다. 전역 이후에도...